우리는 흔히 이렇게 고백합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다.” 과연 누가 그분을 못 박았습니까. 성경은 그 범인들을 낱낱이 열거합니다. 먼저 십자가 처형을 언도한 빌라도입니다. 처형을 요구한 제사장들과 집행한 로마병들도 있습니다. 예수를 넘겨준 가룟 유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공범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행 4:27)
초대교회 교부였던 아타나시우스가 언젠가 깜빡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꿈속에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는데, 어떤 사람이 그 십자가에 올라가 다시 ‘쾅 쾅’ 망치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놈이냐!” 분개하며 달려가 범인의 얼굴을 확인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는 다름 아닌 아타나시우스 자신이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잠에서 깨어 통곡하며 외쳤습니다. “오, 키리에 엘레이손(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나의 죄악으로 인하여 내가 주님을 못 박았나이다.”
예수님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나의 죄악으로 인해 내가 못 박은 것입니다. 이 사실을 바로 깨달을 때에 비로소 십자가의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거룩한 피 내가 흘리게 했네/ 내가 그분을 나무에 못 박았네/ 내가 하나님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 모욕하는 일에 나도 참여했네.”(호라티우스 보나르)
<글=김석년 서울 서초성결교회 목사, 삽화=이영은 기자>
-국민일보 겨자씨, 201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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