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개신교 130년사는 곧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다. 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서구 선교사들이 주도해 집중적으로 조성된 전국의 미션 스테이션(mission station)은 해당 지역 복음화의 전진기지로 근대화를 주도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하이패밀리가 목회자들에게 부활주일을 앞두고 순례해볼 만한 교회 10곳을 추천 받았다. 그중 가장 많이 겹치는 6개의 교회를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교회’로 소개한다. 부활주일 예배를 마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역사교회를 방문해 십자가의 영성을 돌아보면 어떨까.
방주교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113)
제주의 아름다운 7대 건축물 중 하나다. 세계적인 건축의 거장 재일교포 고(故) 이타미 준의 작품으로 노아의 방주를 닮았다. 교회 전체가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교회 안에서 하늘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진짜 방주를 타고 물 위를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건축물은 절대 자연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건축가의 설계가 곳곳에 묻어 있다. 비 오는 날에 가면 더 운치 있다. 주변의 자연환경은 덤이다.
금산교회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로 407)
1905년에 미국 선교사 테이트(Lews Boyd Tate)가 지었다. 교회의 단면을 보면 ‘ㄱ’자 모양인데 한쪽에는 남자들이, 다른 곳에는 여자들이 앉아 가운데 있는 목회자의 설교를 들었다. 상량문(上樑文)에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남자석은 한문으로, 여자석은 한글로 씌어 있어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당시의 시대상을 말해준다. 실내에는 과거 교회의 모양이 그래도 보존되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오래된 종탑, 49개 건반의 오래된 풍금, 당시의 화폐 등 작은 박물관을 떠올리게 한다.
경동교회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204)
대한민국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인 경동교회는 1945년 광복 직후 일제 강점기에 사용되던 천리교 교당을 허문 터에 지었다. 1981년 수도원 형식을 모티브로 삼아 건축했다. 도로변에서 볼 때는 성곽 같아 배타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교회를 들어설 때 외벽을 빙 둘러서 들어갈 때면 설계상의 깊은 뜻을 짐작하게 된다. 예수가 최후의 순간 골고다로 향했던 길을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외관에서는 십자가가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생명의빛교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봉미산안길 330)
교회 전체가 홍송(紅松)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서울교회의 담임목사였던 홍정길 목사 시절 착수했다. 연해주에 사는 통나무 사업가 교포 이장균 회장이 개인적으로 모아놓은 양질의 홍송을 예배당 건축하라며 기증한 것이 구체적인 계기가 됐다. 평생 교회 건축을 꿈꾸며 공부했던 프랑스 베르사유 대학의 신형철 교수가 설계했다. 교회 천장 높이 12m, 탁 트인 공간은 마치 숲에 들어온 듯한 청량감을 준다. 다 이어붙이면 3㎞가 넘는 641개의 홍송이 교회 내부를 장식하고 있어 경건함을 더한다.
성공회성당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관청길 27번길 10)
1900년대 영국인 선교사의 노력으로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형태로 지어진 교회다. 불교사찰의 건축 양식에 따라 외삼문과 내삼문이 있다. 이를 지나면 기와를 얹은 본당이 나타난다. 특히 범종과 종곽까지 있어 마치 사찰에 온 게 아닌가 착각하게 된다. 교회임을 짐작하게 해주는 것은 지붕 위에 있는 십자가가 유일하다. 현판에는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를 느끼게 하는 성공회강화성당(聖公會江華聖堂)이라는 한자가 눈길을 끈다.
청란교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잠실2길 36)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가 2012년에 지은 계란 모양의 청란(靑卵)교회는 말 그대로 푸르른 교회의 꿈을 형상화하고 있다. 초소형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해 가족끼리 연주를 경험할 수 있다. 공명(共鳴)으로 퍼지는 소리는 산 아래 마을에까지 울릴 정도로 신비하다. 앞뜰에는 ‘산티아고 순례길’(레버린스)이 있어 성찰의 영성세계를 열어준다. ‘미술관이 있는 수목장’ ‘덫과 닻 그리고 돛’의 스토리 등 랜드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국민일보, 2016/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