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행복과 희망

이 대통령 기자회견 "대통령 위해 기도한다는 목도리 할머니 잊지 못해"

하마사 2012. 2. 25. 10:18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지난 4년(재임기간)을 되돌아보며 어려울 때마다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며 한 할머니를 언급해 화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4주년 기자회견에서 4년을 회고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잊지 못할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말한 잊지 못할 사람은 2008년 12월 추운 날 가락시장에서 만났던 박부자 할머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질문 답변에 앞서 “새벽 5시에 가락시장에 나갔는 데 지방에서 온 상인과 대화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구석 컴컴한 데 누가 있어 가까이 가봤더니 시래기를 몇 단 놓고 파는 할머니였다”며 “할머니에게 ‘아침 일찍 장사하시느냐. 힘드시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대통령인줄 알고 놀라면서 제 품에 안기셨다”고 말했다.

“하루 수입이 얼마냐 되느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할머니는 “잘하면 2만∼3만원이다. 세상 다 어려운데 난들 어쩌겠느냐”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박 할머니는 “그래도 대통령이 더 고생스럽지 않겠느냐, 매일 새벽시장 나오기 전에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고, 순간 이 대통령은 할말을 잃었고 감동해 20년 동안 아끼고 쓰던 목도리를 감아드리며 “날씨 추우니 조심하라”고 말한 뒤 돌아섰다고 술회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가락시장 상인들과 식사를 하며 “박 할머니가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는 기도를 하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난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하니…”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남은 1년 동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1년 뒤 할머니가 ‘이제 좀 나아졌다. 살만하다.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전력을 쏟아야하지 않겠느냐”며 “정부는 물론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척·측근 비리·사저 문제를 질문하자 이 대통령은 “박 할머니는 새벽에 나오기 전 버스비를 아끼려고 한 시간 거리를 걸어서 나온다고한다”며 “야채시장의 쓰레기를 주워 다 모아서 팔고 있는 이런 할머니도 대통령을 위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데 제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다. 밤잠을 설친다. 생각하면 살만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사람도 살고 있는데 제 주위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제 심정이 그런데 국민 마음은 어떻겠느냐. 할말이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국정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인데 감동적이다”, “아 하, 추운 날 가락시장 할머니에게 목도리로 감싸주는 그 명장면이 생각난다”, “장로 대통령이니 기도로 난국타개하나? 안티 기독교 또 생길지도…”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국민일보, 201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