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좋은글

도둑맞은 자전거

하마사 2010. 7. 2. 10:00

20년 전만 해도 자전거는 귀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아버지는 큰맘 먹고 자전거를 사 주셨습니다. 시골 길을 가로질러 바람을 맞으며 학교에 가는 상쾌함이란.

한데 불과 며칠 만에 자전거를 도둑맞았습니다. 어깨가 축 처진 채로 학교와 집을 오갔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중고 자전거를 사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알았습니다. 나 말고도 자전거를 도둑맞은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자전거를 잃어버린 학생이 다른 학생의 자전거를 훔친다는 사실을.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자전거를 훔치는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너도 훔쳐. 세상은 다 그런 거야.” 어떤 친구는 소심한 나를 대신해 훔쳐 주겠다고 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그러다 서너 달 전에도 자전거를 도둑맞았습니다. 내 사정을 들은 한 직원이 자신은 잘 타지 않는다며 자전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고마워서 문화 상품권을 건넸습니다. 조금 낡아서인지도둑맞지 않고 잘 타고 있습니다.

길을 오가다 버려진 자전거를 보면 이런저런 상념에 잠깁니다. 학창 시절 유혹에 흔들린 일까지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하지만 '필요한 누군가가 바람을 가르며 잘 타겠지.' 생각하면 그리 슬플 일도 없는 세상입니다.


김대성 님|전남 순천시

-《좋은생각》201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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