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자기관리(리더십)

효과적인 스피치의 4가지 요소

하마사 2009. 1. 3. 09:21

 

[Weekly BIZ] 비전, 방법, 자신감, 감동을 줘라

신년사 때문에 고민인 金사장님… 이 4가지는 꼭 담으세요

세계경영연구원(IGM) 최철규 부원장, 윤혜임 연구원

 

 

IGM과 함께하는 케이스 스터디

연말, 연초가 되면 리더들의 '입'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결산 보고회, 종무식, 시무식, 전략 워크숍 등…. 이런 모임에 반드시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바로 CEO의 '한 말씀'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좋은 소식' 전할 게 없을 땐 직원들 앞에 나서는 CEO의 입은 얼어 붙기 마련이다. '상황이 안 좋으니 내년에는 더욱 열심히 하자!' 이런 '뻔한 얘기'나 하려니, 뭔가 찜찜하다. 그렇다고 부하들 앞에서 '한 말씀'을 안 할 수도 없고…. 직원들의 마음을 한방에 휘어잡을 수 있는 스피치의 비법은 없을까? 시무식 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스피치의 4가지 원리'를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Case

2009년 1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 '우여곡절 가구(家具)'를 이끄는 김고민 사장이 조간 신문을 펼친다. "실업자 수 증가", "내수 침체", "올해 경기 더 어려워".


새해가 밝았지만 뉴스는 여전히 어둡다. 회의를 소집하자 심각한 표정의 임원들이 하나 둘 이야기를 꺼낸다.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직원들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사장실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이대로는 안돼!'


미간을 잔뜩 찌푸린 김사장의 머릿속에 '우여곡절 가구'와 함께한 지난 15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5년 전, 그는 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싸면서도 예쁘고 질 좋은 가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우여곡절 가구'를 창업했다. 200여명의 직원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현재 매출이 3000억원에 이르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상황은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다. 먼저 수입 업체인 탄탄가구가 적극적인 가격 공세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우여곡절 가구는 최근 3년간 매출과 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고전하고 있다. 급기야 경제 침체까지 겹치며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그래, 새해가 시작됐는데 앉아서 고민만 할 수는 없지. 시무식 때 내가 제대로 한마디를 해야겠어. 직원들이 무기력을 극복하고,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감동적인 스피치가 필요해. 그런데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하지?'


막상 스피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고민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회사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하지만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만 하면 힘이 더 빠지는 건 아닐까?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이것까지 일일이 이야기 해야 할까? 잔소리로 들리지는 않을까? 아, 어렵다 어려워!'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Answer

직원들 앞에서 '한 말씀'을 하려니 골치부터 아픈 김사장. 과연 스피치의 달인은 타고 나는 것일까? 아니다. 아래의 4가지 원리만 활용한다면 누구든지 좋은 스피치를 할 수 있다.

1. 비전을 제시하라

좋은 스피치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비전(vision)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비전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꿈', 또는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무엇'이다.

'비전'이란 달성 가능하며 구체적일수록 좋다. 또한 현재의 어두운 모습과 대비되는 밝은 미래를 제시한다면 스피치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유명한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의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의 일부를 살펴보자.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를 부렸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형제의 식탁 위에서 함께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의 네 명의 어린 아이들이 피부 색깔로서가 아니라, 이들 각자의 성격으로 판단되는 그런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이 꿈꾸는 '비전'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지 않는가?

미식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 '애니기븐선데이(Any Given Sunday)'에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마이애미 샤크팀의 코치인 알 파치노(다마토 역)가 결전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선수들의 투쟁심을 북돋워주는 장면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3분 후에 우리의 프로생활에서 가장 큰 전투가 벌어진다. 모든 게 오늘 결판나고, 우리가 온전한 팀으로 소생하든가 부서지든가의 기로다. 매 접전시 1인치씩 밀리면 끝장난다. 우린 지금 지옥에 와 있다.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굴욕적으로 패배하든가 아니면 싸워서 광명을 얻어 지옥에서 올라올 수 있다.(후략)"

힘있는 그의 이야기는 선수들의 투지에 불을 지핀다.

그렇다면 김고민 사장은 직원들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줘야 할까? 이들은 무엇보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성공하길 원할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도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보상을 받기도 원할 것이다.

김고민 사장은 그가 창업 당시 품었던 꿈을 떠올렸다.

'앞으로 5년 후 모든 젊은 사람들과 신혼 부부들이 그리는 꿈의 집에는 우리 회사의 가구가 놓여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가구는 합리적이면서도 즐거운 생활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그때 우리 모두는 '우여곡절 가구'의 소속이라는 큰 자부심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업계 평균에 비해 20% 이상 높은 보상을 받고, 구글 같은 복지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꿈(비전)이 없는 사람은 에너지가 없다. 꿈이 빠진 스피치로는 결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2. 비전에 이르는 길을 알려줘라

하지만 멋진 비전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목표가 될만한 '별'을 보여주었다면, 함께 그곳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결국, 두 번째 원칙은 '비전'에 이를 수 있는 '방법 제시(how-to)'다. 방법 제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유명한 말이 있다. '꿈에 날짜를 붙이면 목표가 된다. 목표를 쪼개면 계획이 된다. 그 계획을 실행하면 현실이 된다.' 다시 말해 '꿈'에 이르는 길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될수록 실현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뜻이다.

지구 온난화 해소에 앞장서고 있는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Al Gore). 그는 지구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안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과 전구를 사용하자. 냉난방 기구의 온도계를 조절하고,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자. 가능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 교통 수단을 활용하자. 이런 것들을 실천한다면 대기를 오염시키는 온난화 유발 물질을 줄여 70년대 수준 이하로 공해를 줄일 수 있다.'

김고민 사장은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과제를 떠올렸다.

'저는 여러분께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먼저 우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최신 SCM(공급망 관리)을 도입하여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입니다. 운영팀의 지휘 아래 올 상반기까지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도록 적극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상시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실천하도록 장려하는 '상상(想像) 바다 제도'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는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여러분이 제안하는 창의적인 의견은 언제든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십시오.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1년에 최소한 1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지원과 보상은 CEO인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비전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어 준다.

3. 자신감은 행동 변화의 엔진

꿈을 설정하고 사다리를 마련했다면 다음은 자신감이다. 청중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Confidence)'을 부여해 주는 것은 '행동의 변화'라는 자동차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과도 같다.

대공황으로 미국 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빠졌던 1933년 3월 4일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는 자신의 첫 취임식 날,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자체입니다. 두려움은 퇴보를 전진으로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노력을 마비시키는 놈입니다. 그것은 이름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정당하지 못한 테러와도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직하고 강력한 지도자와 그를 지지하고 신뢰하는 국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나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국민 여러분께서 다시 한번 지지와 신뢰를 던져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의 연설은 좌절에 빠졌던 미국인들에게 성공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심어주었고, 미국이 공황의 늪을 벗어나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기틀을 다지는 주문이 되었다.

CEO의 연설이라면 기업의 역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어떤 기업도 크든 작든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 이런 경험은 스피치의 좋은 소재가 된다.

우여곡절 가구는 외환위기 때는 도산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뼈를 깎는 비용 절감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위기를 넘기고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었다. 김고민 사장은 당시를 생각하며 원고를 적어 내려갔다.

'한 번 되돌아 봅시다. 회사의 초창기에 몇 푼 안 되는 자본금으로 창고의 시멘트 바닥에서 사람이 모자라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며 열심히 일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경쟁자들이 속속 넘어지던 IMF 시절에도 우리는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불과 6개월 안에 원가의 30%를 줄이며 디자인을 혁신하고 유통망을 현대화함으로써 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런 우리의 저력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경제 위기와 분열로 어깨를 움츠린 미국 국민들을 향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메시지이다. 어려운 시기에 '할 수 있다'는 지도자의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 자신감은 행동을 바꾸기 위한 최고의 에너지이다.

4. 스토리텔링으로 청중을 사로잡아라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지 차이가 난다. 세 가지 원리를 더욱 맛있게 요리하여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비결이 있다.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활용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또 한 명의 평범한 할머니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06살의 앤 닉슨 쿠퍼 할머니이다. 오바마는 그의 역사적인 당선 연설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 흑인 할머니를 등장시켰다. 그녀가 살아온 한 세기 동안 얼마나 많은 역사의 진보가 일어났는지를 할머니의 인생의 변화와 함께 들려주었다. 사람들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었다. 이 역사의 진보가 바로 나와 이웃의 이야기임을 실감하며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애플(Apple)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스피치의 달인이다. 그가 지난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축사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명연설로 기억되고 있다. 그가 전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당신이 하는 일에 믿음을 갖고 현재에 충실할 것. 둘째,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 셋째, 용기를 가질 것.

그가 이렇게 '뻔한' 메시지를 가지고 사람들을 감동시킨 비결도 바로 스토리텔링이었다. 갓난아기 때 입양되었던 사연부터 대학에서 자퇴한 이야기, 자신이 세운 회사 애플에서 해고당했던 아픈 기억, 암 선고를 받았던 충격에 이르기까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그의 인생 이야기에 청중은 숨죽이고 그에게 귀 기울였다.

스티브 잡스처럼 극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나눈다면 누구나 훌륭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 주위에서도 쉽게 소재를 찾을 수 있다.

김고민 사장은 며칠 전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적었다.

'며칠 전, 저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직원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대학원에 가고 싶어하는 딸이 있지만, 회사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깊이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저는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인간의 근육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근육은 무엇일까?

답은 아마도 '혀'일 것이다. 한마디의 말이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경우를 우리는 수 없이 봐오지 않았는가?

리더의 스피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부하들의 사기는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조선일보, 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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