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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녁에 온 봄

하마사 2007. 3. 7. 06:07
 

이제 추운 겨울 다 같다고 생각했는데, 꽃샘추위가 매섭네요. 전국 각지가 마찬가지겠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고 간혹 눈보라도 몰아치고 있습니다. 꽃샘추위가 있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오는 봄 시샘이라도 하듯 매서운 추위에 몸이 움칫합니다. 사람들 모두 두터운 외투로 무장하고 종종 걸음으로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혹여 아이들 감기 들까 모자 푹 씌우고 아이들 바싹 끌어안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 속에서 매서운 추위지만 따뜻한 정겨움에 잠시 추위도 잊어봅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꽃샘추위가 심통을 부린 들 오는 봄 막을 수는 없겠지요. 겨우 내 긴 시간동안 봄을 기다리던 꽃망울들은 '이 까짓 추위 쯤이야!'하면서 꽃샘추위에 아랑곳 없이 꽃망울 가득 머금고 화사한 봄의 왈츠 연주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에 서둘러 핀 꽃은 때 아닌 꽃샘추위 눈보라에 깜짝 놀랬을 것 같습니다.

 

겨우 내 꽁꽁 얼었던 땅을 헤치고 나오는 새싹도 꽃샘추위에 무척 힘겹게 보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 힘겨움 딛고 당당히 일어서겠죠? 자연의 생명력은 경이로울만큼 강인하니까요.

 

 

텃밭에는 이미 봄 내음이 물씬 풍깁니다. 추운 겨울 짚푸라기 하나에 의지해 모진 추위 견디고 이제는 고개를 내밀어 농부님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꽃샘추위가 물러나면 농부님들 손길과 발걸음은 논과 밭으로 분주해지지요. 1년 농사 잘 부탁한다며 일종의 보약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모를 심기 전에 논과 밭에 거름을 내어 힘도 북돋아 주고, 이렇게 논을 갈아 흙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 줍니다. 흙도 숨을 쉰 답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흙이라 해도 이렇게 보살피고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흙은 땀의 댓가를 올곧게 돌려주지 않는 답니다. 흙은 정직하지요.

 

 

이렇듯 정직한 흙은 농부님들의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이 봄에 생명의 싹을 튀우고, 여름에 무럭 무럭 자라 회색빛 겨울 들녘을 푸른 들판으로, 그리고 황금 들판으로 만들 것입니다. 무릇 생명을 가진 것은 그것이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다해도 귀하고 소중하다 했는데, 그 깊은 깨달음을 아는 사람, 바로 우리 농부님들이 아닌가 합니다.  

 

 

어린 자식을 돌보듯 정성스레 보리를 모습에 정겨움이 한 가득 묻어나는 풍경이지만, '천하지대본'이라 했던 농사일이 이제는 나랏님도 외면하고 ...온 정성 들여 땀방울 흘리지만, 남는 것 없이 돌아오는 건 고된 육신 뿐...하지만 언제 나랏님 믿고 흙을 일구었던가요?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리 힘들어도 정직한 흙을 또 다시 일구고 씨앗을 뿌리겠지요.

 

오는 봄이 반갑지만, 또 다시 힘든 농사일 시작해야 하는 부모님 생각하니 마음 한 켠 오는 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부모님들, 그 힘든 '보릿고개' 넘으면서 당신들 자식만큼은 그 가난 물려주지 않으려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밤낮으로 일 하셨지요. 이제 부모님 그 은혜 만분의 일이라도 갚으려 하니, 부모님 세월 너무도 빨리 흘러 희끗한 머리와 주름진 얼굴만 보이네요. 좀 더 빨리 부모 마음 알지 못함에 맺힌 한 (恨)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부모님 세월이라 했지만, 부모님 세월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만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