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 옮겨봅니다.
바둑에선 모든 돌이 똑같고 평등하다. 더욱 의미심장하게도 그 평등한 돌들은
혼자만으로 생존할 수가 없고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 서로 연결되면서
서로를 살리는 상생(相生)으로 전체가 사는 방식이다. 기존 돌들이 형성하는
어떤 관계 옆에 새 돌이 놓이면서 다시 전혀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게다가 놓이는 위치에 따라 그 역할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전형적인 유목-이동성이다.
바둑판에는 어떤 경계도 영토 개념도 없다. 장기판은 한복판에 그은 선을
기준으로 이쪽과 저쪽, 나(我)가 분명하게 나뉜다. 그러나 바둑판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두 사람이 놓아 가는 돌들의 방향과 관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영역이 형성돼 간다. 이런 원리에 따라, 바둑식 사고를 하는 몽골
군대는 체스식 사고를 하는 유럽 군대를 격파했다. 유럽군은 체스를 두듯 진을 짜고 대항했지만 몽골 기마병들은 정렬된 진지 없이 변화무쌍한 공격으로
상대를 유린했다.
- <CEO 칭기스칸>| 김종래 지음 | pp.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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