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사는 게 은혜입니다.
1980년 8월 18일은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자행된 날입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사천교 근방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유엔사 경비병들을 북한군 수십 명이 도끼로 살해한 사건입니다. 미군 장교 2명이 죽고, 한국군 5명, 미군 사병 4명 등 총 9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여러 모양의 사건과 사고는 지금도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질병도 그렇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게 은혜임을 깨닫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은혜입니다. 차를 몰고 출타했다가 안전하게 돌아오면 은혜입니다.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사업장에 출근하는 게 은혜입니다. 말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게 은혜입니다.
지난주 시내산선교회 여름가족수련회에 참석하여 전국에서 모인 목사님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며 교제했습니다. 에어컨이 없는 기도원에서 이열치열로 신학생 때 광주기도원에서 모기에 뜯기면서 기도하던 추억을 떠올리는 수련회였습니다.
수련회 중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 번 찍혀있었고 문자가 와있었습니다. 군대 생활 때 절친한 사이였던 친구 부인이 보내온 문자였습니다. 친구가 최근에 병원에서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임종을 기다리고 있다며 마지막 가는 길에 기도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련회를 마치고 병원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특수전 훈련을 받으며 배가 고플 때 건빵 한 개를 반으로 나누어 주고, M60기관총을 메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도와주어 낙오하지 않게 해 준 친구입니다. 주심교회 개척예배 드릴 때 부부가 함께 참석했고, 그때부터 사업이 어려워질 때까지 수년간 매월 선교비를 후원해준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배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후복막육종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급작스럽게 악화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 구원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소망을 주면서 기도했습니다. 돌아오면서 아내가 아침 금식기도를 하자고 제안하여 친구를 위해 기도로 돕고 있습니다.
사는 게 은혜입니다.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종을 앞두었을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재산을 남기면 자식들 싸움거리만 될 테고, 그렇다고 빚을 남겨서는 안 되고,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자기를 아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떠난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세상에 물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으나 십자가의 사랑과 부활의 능력을 인류의 기억에 남기신 예수님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