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내려다본 한 해
친구에게서 서울스카이(롯데월드타워) 초대권을 선물로 받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야경이 장관이었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마치 개미들이 불을 밝히고 다니는 듯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이 달리 보였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일상에 매몰되어 살면 자기를 못 보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보이는 걸 못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느 순간 못 보던 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듣는 것도 그렇습니다. 무심코 들었던 이야기인데 순간 가슴에 와닿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놓치고 살아가는 일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언젠가 개미들을 신기하게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무리를 지어 저마다의 역할을 하며 무언가를 바삐 나르는 모습이 일사불란하게 보였습니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 앞에 나뭇가지를 놓아보았습니다. 순간 개미들이 허둥댔습니다. 갑자기 장애물이 생겨 가던 길이 막혔으니 당황스럽겠지요.
위에서 내려다본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개미들처럼 보였습니다. 타워에서 내려오면 똑같이 그 속에 섞여 살아가는 내 모습이었습니다. 개미들처럼 평생을 그렇게 살았고, 한해를 그렇게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한데, 가끔은 나와 공동체를 위에서 내려다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보이지 않는 게 내려다보면 보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컨설팅회사에 기업평가를 맡기는 것이겠지요.
2023년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하나님이 하늘에서 우리를 보실 때 어떻게 생각하실까? 마치 우리가 개미를 보며 생각하듯이 그러실까? 낑낑거리며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실까? 안타까워하며 애가 타실 때도 있으실 겁니다. 개미들이 힘겹게 무언가를 옮기고 있을 때 도와주고 싶듯이 말입니다. 때론 흐뭇해하며 응원하실 때도 있으실 겁니다. 힘들어도 묵묵히 자기 일을 감당하며, 서로 섬기고 도와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실 때 부모의 마음으로 참 기뻐하실 듯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나의 한 해는 어땠을까? 하나님이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시면서 ‘쯧쯧, 저 녀석은 언제 철이 들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놈이 이제 정신 좀 차려야지.’ ‘목사라는 놈이 저 모양이야.’ 이러지는 않으실까? 다른 사람은 아는데, 자기만 자기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그런 목사는 아닌가? 이렇든 저렇든 간에 한해는 지났으니, 내년에는 자기를 알고 하나님의 마음에 근심 대신 기쁨을 드리기로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