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생활지혜

'내 장례 이렇게 치러달라' 자녀에 의향서 남기세요

하마사 2012. 11. 15. 10:01

 

[장례 방식 등 생전에 선택… 골든에이지포럼, 캠페인 시작]
고비용 장례문화 이젠 바꿀 때 - 한국 평균 장례비용 1200만원
"수의·염습·고급 관… 수백년 전 의례에 맞춰야 하나"
고령층이 스스로 정해놔야 - 자식들은 체면·주위 눈 때문에
해오던 대로 할 수밖에 없어… 미리 정해두면 자녀들 실천 쉬워

장례(葬禮) 방식 등을 생전에 선택해 자식에게 전하는 '사전(事前)장례의향서' 작성 캠페인이 시작됐다. 고령 전문가 단체인 한국골든에이지포럼(회장 김일순)은 13일 장례 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을 담은 사전장례의향서 문안을 확정하고 이를 보급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사전장례의향서란 작성자가 '장례 의식과 절차가 내가 바라는 형식대로 치러지기를 원하며' 부고(訃告) 범위, 장례 형식, 부의금·조화(弔花)를 받을지 여부, 염습·수의·관 선택, 화장·매장 등 장례 방식과 장소 등 당부 사항을 미리 적어놓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불합리한 고(高)비용 장례 방식과 절차를 간소하게 개선하자는 취지다.

고인 추모는 뒷전인 장례 문화

우리나라 장례 문화는 허례허식이 많은 고비용 구조이면서도 정작 고인에 대한 추모는 뒷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례식장 비용과 묘지 비용 등을 포함해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1200만원 정도로, 외국보다 3~4배 많은 편이다. 고급 수의와 염습·관 등 시대에 맞지 않는 관습도 많이 남아 있다. 골든에이지포럼 이광영 상임이사는 "망자가 일생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수백년 전 의례에 맞춘 옷을 입고 장례를 치러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평소에 즐겨 입던 옷을 입히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을 할 경우 수의는 길어야 하루 이틀 입히는 옷이다. 이처럼 고비용에다 시대에 맞지 않는 장례를 치르면서도 정작 고인의 인생과 업적을 추모하는 자리 등 의미 있는 절차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앞으로 우리나라 사망자 수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 자료(2010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연간 사망자 수는 25만명 선이지만, 2035년쯤 50만명, 2050년 이후엔 현재의 3배인 약 75만명 선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병원 장례식장과 상조업체들은 경황이 없는 유족들의 약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지방의 A대학병원 장례식장이 판매하는 장례용품 평균마진율이 177%에 이른다는 자료도 나왔다.

본인이 정해놔야 자식 부담 없어

사전장례의향서 작성 캠페인은 이런 장례 문화를 고령층이 스스로 변화시켜보자는 것이다. 강동구 생사의례문화연구원장은 "자식들은 체면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장례를 기존에 해오던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고령층이 스스로 자기 뜻을 자식들에게 알리면 자식들이 부담 없이 간소한 장례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에이지포럼은 사전장례의향서 작성 캠페인을 각당복지재단, 생사의례문화연구원 등 관련 단체, 기독교·불교 등 종교계와 함께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장례 방식과 절차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사람은 조선닷컴(www.chosun.com)이나 골든에이지포럼 사이트(www.goldenageforum.org)에서 내려받은 사전장례의향서에 본인의 의사를 표시해 후손에게 전하면 된다.

골든에이지포럼은 이 의향서 문안을 인쇄물로도 고령층에게 적극적으로 배포할 방침이다. 또 노인교실 등 고령자가 모이는 장소를 찾아가 의향서의 의미와 작성 요령 등을 설명하는 등 의향서 작성을 확산시키는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전(事前)장례의향서

자신이 사망할 경우 화장·매장 등 장례 방식과 장소 등 장례 의식과 절차를 어떻게 해달라고 미리 적어놓은 문서. 사전의료의향서가 임종 직전 자신이 받을 치료 범위를 스스로 결정해놓은 것이라면, 사전장례의향서는 자신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미리 후손에게 알려주는 문서다.

 

-조선일보,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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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 전문가 모임 골든에이지포럼의 김일순 회장이 자녀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다. "내가 죽으면 장례를 모두 끝낸 뒤에나 사람들에게 알려라. 육신은 화장하고 뼈는 바다에 뿌려라." 김 회장이 자기 장례에 대해 이렇게 결심하도록 감명을 준 두 사람이 있다. 미국 경제학자이며 자연주의자 스콧 니어링과 김 회장의 연세대 의대 은사로 병원협회장을 지낸 노경병이다.

▶니어링은 백 살로 죽기 20년 전 가족에게 유서를 건넸다. '나는 마지막 순간을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맞고 싶다. 어떤 장의업자도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 내가 죽으면 작업복을 입혀 소나무 판자로 만든 평범한 나무상자에 뉘여 달라. 상자에 어떤 치장도 하지 마라. 장례식은 필요 없다. 내가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있는 메인주(州) 화장터에서 조용히 화장해라. 바다가 보이는 우리 땅 나무 아래 뼈를 뿌려다오.'

▶노경병은 암으로 일흔아홉에 작고하기 석 달 전까지 지병을 알리지 않고 일했다. 그는 죽음이 임박하자 가까웠던 사람들을 병실로 불러 사는 동안 감사했던 마음을 전했다. 서먹했던 사람들에겐 전화로 "미안했다"고 사과하며 이승을 정리했다. 가족에겐 "장례에 드는 비용은 따로 마련했으니 일절 조위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 그러곤 "아,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우리나라 한 해 사망자는 25만명 선이다. 이 숫자가 2015년엔 30만명, 2035년엔 50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여파다. 우리 1인당 장례비용은 1200만원으로 1인당 국민소득의 55%를 차지한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2~5배에 달하는 비중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50년 동안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장례비용은 640조원이 되리라고 한다.

▶골든에이지포럼이 '사전(事前)장례의향서' 작성 운동을 시작했다. 고령자가 죽음에 대비해 장례 방식과 절차를 자손들에게 미리 글로 당부해두자는 캠페인이다. 불필요한 장례 의식을 과감히 생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간소한 장례문화를 자리 잡게 하려는 것이다. 사실 장례 몇 시간 뒤면 소각로에 들어갈 수의(壽衣)에 많게는 수백만원을 쓸 필요가 있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그래도 자식들은 그동안 부모를 잘못 모셨다는 생각에 장례만이라도 성대하게 치르고 싶어 한다. 부모가 '사전장례의향서'를 통해 먼저 '내 마지막 바람이니 꼭 따라주기 바란다'며 조촐한 장례를 부탁하면 우리 장례 문화도 많이 바뀔 것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