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완 교수는 목표와 계획을 세워 공부할 것을 강조했다./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포기 떠올랐을 때 '정열' 더 불태웠다"
전 NASA 책임연구원 김성완 서울대 의대 교수
첩보 영화에서나 보던 美 항공우주국(NASA). NASA 랭리 리서치센터 소속 김성완 책임연구원이 모교인 서울대에 돌아왔다. 항공우주분야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불리는 NASA를 뒤로 하고 후진양성과 의공학의 발전을 위해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김성완 교수는 강의와 연구 외에 인천청라지구에 조성중인 국책사업, 국제과학복합연구단지 개발프로젝트(BIT PORT: 바이오·나노·IT 기술을 융·복합 활용)의 연구 개발 책임도 맡았다. 3월 2일부터 출근을 시작한 서울대 의공학과 김성완 교수를 만났다.
◆천재? 책임감과 사명감의 차이일 뿐
버지니아에 위치한 NASA 랭리 리서치센터는 NASA의 전신인 NACA가 비행기 개발에서 우주선 개발로 그 목적을 달리한 후 최초로 설립된 연구센터다. 김성완 교수가 몸담고 있던 곳도 최초의 NASA, 랭리 리서치센터다.
"랭리 연구소라고 하면 도시 이름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NASA 랭리는 도시명이 아닌 새뮤얼 랭리라는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겁니다. 그곳에서 자동제어기술에 관한 연구를 했죠."
김 교수는 198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후 84년부터 자동제어기술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공학에 대한 꿈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의 생체공학 기술에 반해 반드시 내 손으로 실현시키겠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그 꿈이 자동제어 기술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으로 발전했다. 김 교수는 "자동제어라고 하면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 자동제어다. 예를 들어 에어컨을 켤 때 적정온도를 20도로 설정해보자. 온도가 높거나 낮아지면 에어컨이 자동으로 설정수치에 맞게 온도를 조절한다. 이렇게 미리 입력해 둔 목표치를 자동으로 맞춰가는 것이 바로 자동제어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UCLA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자동제어 분야의 권위자인 A. 발라크리시난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항공분야 자동제어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당시 나사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어요. 장학금을 받으면서 당연히 나사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항공우주분야에 대한 미래가 밝다는 것도 느꼈죠. 박사학위 취득 후 보잉사에 취업해 6년간 연구했고 결국 목표했던 나사에 입사하게 됐죠."
김 교수는 미국 보잉 수석 공학자로 일하며 T-50과 무인항공기(UAV) 등의 자동 항법제어장치를 개발했고, 2000년부터는 NASA에서 차세대 우주왕복선 X-37 개발에 참여했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 교수는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늘 마음에 품었던 의공학에 대한 꿈을 접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모교에서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고 고국에 뭔가 기여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고 임용 배경을 밝혔다. 그는 NASA에 대해 '가장 자유로운 집단'이라고 소개했다. 천재로 불리는 연구원들은 명석한 두뇌에 앞서 개성과 책임감,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두세 달치 연구과제를 주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누구도 터치하지 않아요. 약속된 날에 완벽한 결과물로 상대에게 신임을 얻고 스스로의 일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는 사람들이죠. 이런 모습들이 천재로 비친 게 아닌가 싶어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한다면 어떤 일이건 잘할 수밖에 없겠죠."
◆안된다 싶을 때가 비로소 정열을 다해야 할 때
서울대, UCLA, 보잉, NASA를 거친 김 교수에게 공부는 그야말로 적성이자 취미였을 것이다. 그는 "재주가 공부밖에 없어서 그런 거 같다. 모든 사람이 공부가 적성에 맞을 리는 없다. 우리 아들도 이제 한국 학년으로 고3이다. 공부에 취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공부라면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내 것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창시절 놀면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획 있게 미리 공부했기 때문에 시험기간에 몰아서 공부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도 100페이지의 책을 읽을 때 계획을 정한다. 열흘에 나눠서 책을 다 읽어야한다면 6~7일 정도로 잡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공부에도 복병이 있기 때문이다. "막히는 부분이 반드시 생겨요. 그 부분 때문에 하루가 소비되기도 하죠. 그런데 시간이 촉박하면 그때부터는 불안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복병까지도 생각해서 계획을 짰으면 좋겠어요. 늘 여유롭게 끝마친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짜는 거죠."
스스로 목표와 계획이 없으면 부모나 학교의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럴 때 반발심이 생기고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 역시 누군가 서울대에 들어가서 졸업 후 유학을 가고 NASA에 들어가라고 했다면 그 계획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공부가 재미없는 경우라면 내가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반드시 찾아보기 바랍니다.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니까요. 천재라고 불리는 NASA 연구원들도 목표와 계획을 짜고 실천을 합니다. 아무리 명석한 두뇌를 가졌어도 목표가 없는 사람은 바위와 다를 게 없죠."
그는 아들에게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을 종종 들려준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몇 번이고 읽어보라는 의미에서다. 쉽게 터득한 지식일수록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한 번도 즉답(卽答)을 준 기억이 없다.
"무슨 일이든 노력 없이 얻을 수는 없습니다. 물 99.9도와 100도의 차이를 아세요? 물은 100도가 되어야 비로소 끓게 됩니다. 99.9도까지는 반응이 없죠. 이 차이를 임계 온도라고 합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임계온도까지 가서 포기를 해요.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 성공의 고지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역시도 꿈을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에 더욱 정열을 다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향해 더 뜨겁게 끓어오르길 바랍니다."
-2010/3/15,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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